bener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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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10 방문.
여행을 다닐 때에는 항상 그날의 동선을 계획하고 움직이는데 가끔은 그 계획대로 이동하지 않아 처음 계획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원래는 죽방렴 관람대를 보고 바로 다랭이마을로 가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기왕 바닷가까지 온 거 해안도로 드라이브나 하자, 하고 가다보니 이 농가섬 앞을 지나가게 됐다. 그냥 지나칠까 가볼까 하다 가보기로 하고 섬까지 슬슬 걸어갔다.
농가섬으로 가는 데크길 중간에는 조금 전에 봤던 죽방렴이 있어 여기에도 관람대가 설치돼있다. 그리고 이 관람대에서 다시 농가섬까지 다리가 놓여 연결돼있는데 이 다리에 사연 및 논란이 있는 듯 했다.
농가섬은 원래 무인도였다고 한다. 찾아보니 2007년에 남해군이 잦은 태풍으로 황량해진 무인도 농가섬과 그 옆에 있는 장구섬에 개나리와 진달래 1만 2천그루를 심었다는 뉴스가 있다. 사유지에 남해군이 그런 일을 할 이유는 없으니 지금과는 환경이 달랐다는 얘긴데 그 이후 어느 시점에 지금처럼 사유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 농가섬이 속한 지족마을의 공동소득(관광) 향상 차원에서 어촌계와 정부 지원금으로 죽방렴까지 데크길을 놨고, 그 뒤에 있는 농가섬까지 데크길을 연결한 것인데 죽방렴까지는 그렇다 쳐도 사유지인 농가섬에 다리를 설치해주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뭐 그런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논란의 요지는 농가섬이 항상 개방돼있는 것이 아닌데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입장료를 받기 때문이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입장료는 인당 4천원을 받고 있었으며 대신 입구에 써있는대로 커피나 차 중 하나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지금 계절에 뭐 볼 게 있을까 싶어 도로 나올까 하다 아직 커피를 안 마시기도 해서 여기서 커피 한잔 마신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아 들어갔다.
섬 중간에 카라반과 작은 실내 공간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섬의 소유주인 노부부 두 분이 있었고 차를 주문한 후 실내 공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좀 하다 나와 섬을 둘러봤다. 그런데 작은 섬인 것은 알았지만 막상 가보니 농가섬은 정말 작은 섬이어서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데 5분이면 충분했다.
둘러보니 작은 섬이지만 딱히 빈 곳은 없이 부분적으로 조금씩 꾸며 현재의 모습이 된 것처럼 보였다. 섬 앞쪽은 봄, 여름이 되면 꽤 예쁠 것도 같았는데 겨울이라 황량하기도 했고 이날은 바닷바람이 너무 거세서 그대로 섬을 나섰다.
주차는 섬 입구에 5대 미만으로 주차할 공간이 있었고 만차일 경우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지족마을 방파제 근처에 하고 걸어가야 할 듯 했다. 아, 그리고 입구에 빨간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한 대가 있었는데 농가섬 소유주의 차량인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