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r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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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3 방문.
파주 당일치기 여행의 마지막 일정. 원래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가드너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서울로 돌아가려 했으나 짝꿍이 궁금해 해서 여기까지 온 거 가보자 해서 잠깐 들려봤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은 예전부터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실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파주 프로방스가 막 핫해지던 2000년대 초중반은 관광지가 지금처럼 다양하지도 않았고 그 당시에는 이전에 없던 컨셉의 관광지여서 핫한 곳이었는데 2025년인 지금은 어느덧 20년의 이상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나이를 많이 먹은 이곳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 간략히 이곳의 역사를 살펴보니 1996년에 생긴 '프로방스'라는 양식 레스토랑이 유명세를 타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한다. 해당 레스토랑은 지금은 닭갈비 식당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에 있었는데 그 레스토랑이 잘 되면서 사업이 계속 확장됐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금의 남부 프랑스풍 컨셉의 복합 쇼핑 장소 겸 관광지가 됐다는 것이다.
그 후 2017년에 새 사업자가 프로방스 마을을 인수해 정원을 추가하는 등 리모델링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1996년에 문을 연 원조 레스토랑 '프로방스'는 원래 자리했던 건물(닭갈비 식당) 맞은 편 건물에서 '전통 프로방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이어나가다 2024년 1월 폐업했다고 한다.
이렇듯 나름 사연도 있고 유구한(?) 역사가 있는 곳인데 올해 3월 구례 담양 여행을 갔을 때 담양에도 담양 프로방스가 있어서 이런 느낌을 먼저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숙소가 거기에 있었다.) 담양 프로방스는 아마 파주 프로방스가 유명해지면서 만들어진 후속 주자였을텐데 많이 쇠락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담양이 지방이기도 하고 원래 원조가 아니면 정비나 관리, 재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기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파주 프로방스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였다.
우리가 갔을 때의 시간이 오후 8시 30분 경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야간 조명은 켜져 있었으나 영업을 하는 식당이나 카페가 보이지 않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왠지 텅 빈 느낌이 들어 분수대 주변만 둘러봤지만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 안돼있고 유행에 뒤떨어져 쇠락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메인 공간인 듯한 분수대 주변 1층의 상가들 상당수가 임대 매물로 나와 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여기에 사람을 불러 모으려면 식당이나 카페 외에도 특색 있는 물건을 팔거나 특별한 경험을 주는 상점들이 있어 다층적으로 소비력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려면 그만한 차별점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이곳의 유행이 지난 지 꽤 돼 큰 투자가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제는 다른 방면으로 경쟁자가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긴 해도 지나가는 길에, 그것도 밤에 잠깐 들려 겨우 10여분 정도 둘러보는 것으로 이 유명한 곳을 평가하는 건 무리이므로 다음에 낮 시간이나 주말에 다시 와보기로 하고 떠났다.
주차는 프로방스 마을을 중심으로 주차타워 주차장, 지상 주차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데 차이점은 주차타워 주차장은 마을의 상점을 이용했을 때 주차비가 할인이 되고 지상 주차장은 그런 게 없는 일반 주차장이라고 한다. 우리는 도로변에 영업이 끝난 식당이 워낙 많아 그 중 한 곳의 빈 공간에 주차했다.